엠마오에서 예루살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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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ation

부활절 셋째 주일입니다. 또한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기억하며 장애인 차별 철폐 주일로 지킵니다. 차별과 혐오를 없애시며 거친 길을 평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함께 예배합시다.
출처 : 뉴스앤조이(https://www.newsnjoy.or.kr)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
부활의 아침, 예수님이 다시 사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한낱 희망사항이나 소문으로만 여겼던 두 제자는 그들의 고향 엠마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발걸음은 무겁고, 얼굴은 침통하고, 마음은 텅 빈 채로, 시선은 아래로 향한 채 터벅터벅 걷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소망을 걸고 희망을 걸었던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들은 어느새 다시 예루살렘에 도착해 있고,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의 부활 이야기와 증언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의 걸음을 되돌려 놓았을까요? 예루살렘을 등지고 엠마오로 향하던 걸음을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려놓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축 처진 어깨로 터벅터벅 걷던 걸음을 기쁨에 찬 달음박질로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
그것은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잃어버렸다고, 예수님이 사라졌다고, 예수님이 죽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살아나셨고, 그들을 찾아오셨고, 그들과 함께 걸으시고, 말을 걸어오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도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성경 말씀을 풀어서 설명해 주실 때 그들의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마침내 예수님께서 빵을 들어 축사하시고 떼어서 나눠 주실 때, 그들은 예수님을 다시 찾았습니다. 예수님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살아 계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이 그들의 발걸음을 엠마오에서 예루살렘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희망과 소망을 잃은 슬픔의 걸음을, 다시 소망과 기쁨을 품은 달음박질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예수님이 말씀을 풀어 주셨을 때, 예수님이 빵을 들어 축사하시고 떼어 나눠 주셨을 때, 두 제자는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이 열렸습니다. 예수님이 참으로 다시 사셨음을, 지금 여기에 하나님이 함께하고 계심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세상에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제자의 눈이 열리고 관점이 바뀌자, 세상을 다시 마주하고 살아갈 힘과 용기와 소망을 얻었습니다.
엠마오 길의 일상
우리는 늘 엠마오로 향하는 일상을 마주하고 삽니다. 한때 뜨거웠던 신앙은 식은 지 오래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기대를 했던 공동체와 모임은 늘 무언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일상의 삶은 버겁고 무거운데, 나의 신앙과 믿음은 그 무게를 지탱하기엔 약하고 부족한 것만 같습니다. 예수님을 잃어버린 것 같고, 예수님이 내 삶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의 발걸음을 돌려놓은 것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 곁에 찾아오셔서 함께 걸으시고, 말씀을 들려주시고, 대화를 나누시고, 빵을 들어 나눠 주신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말씀 나눔과 대화, 함께 걷고 식탁에서 밥을 나누는 관계가 두 제자의 관점을 바꾸고 걸음을 돌려놓게 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가정교회
복음은 거창하고 특별한 종교적 행사에서만 경험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식탁, 빵을 떼고 삶을 나누는 그 평범한 자리가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가장 거룩한 성소가 됩니다.
가정교회가 이토록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각자의 엠마오 길을 걸으며 지치고 상한 마음으로 모였지만, 함께 둘러앉아 말씀을 나누고 밥을 먹습니다. "이번 주 많이 힘들었지요?", "그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서로의 삶을 묻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그 소박한 환대와 돌봄의 시간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말씀을 중심으로 서로가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은 바를 나누는 것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서로 안에서, 각자 안에서 일하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나누는 그 친밀한 교제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일상 속에 이미 들어와 계신 하나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자들을 보십시오. 눈이 열려 주님을 본 제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조금 전까지 도망쳐 나왔던 그곳, 여전히 위험과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예루살렘을 향해 "곧바로 일어나" 돌아갑니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예루살렘은 여전히 십자가의 위협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변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고, 말씀을 통해 마음이 뜨거워졌으며, 식탁의 교제를 통해 눈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정과 직장과 학교라는 '예루살렘'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버겁고 팍팍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체 안에서 말씀을 나누고 삶을 나누며 내 눈이 열렸을 때, 우리는 새로운 관점으로 그 일상을 살아낼 힘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부활하신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맑은물 가족 여러분! 우리가 함께 모여 말씀을 펴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는 이 시간을 깊이 소중히 여깁시다. 이 평범해 보이는 교제와 나눔의 자리가, 엠마오로 향하던 우리의 발걸음을 다시 생명의 예루살렘으로 돌려놓는 은혜의 자리입니다. 서로에게 말씀을 풀어 주는 입술이 되어 주고, 서로에게 따뜻한 밥을 떼어 주는 손길이 되어 주십시오. 서로의 삶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삶에 함께 거하시는 주님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됩시다. 그 사랑의 나눔 속에서, 우리 일상에 찾아오시는 부활의 주님을 매일 새롭게 경험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멘.